여성 3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침묵의 살인자'... 당신도 모르게 자라고 있다!

 최근 생리량이 갑자기 많아지거나 골반 부위에 통증과 압박감이 느껴진다면 자궁근종을 의심해봐야 한다. 자궁근종은 자궁의 평활근세포와 섬유모세포에서 발생하는 양성 종양으로, 가임기 여성 세 명 중 한 명이 경험할 정도로 흔한 부인과 질환이다. 그러나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미미하여 정기 검진 중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침묵의 질환'이라고도 불린다. 최근 들어 자궁근종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여성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자궁근종으로 진단받은 환자 수는 2019년 43만5147명에서 2023년 63만8683명으로 약 46%나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40대 가임기 여성에서 발병률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산부인과 김정철 교수는 "젊은 여성들의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자궁근종이 생식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궁근종은 비암성 종양으로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그 크기와 위치에 따라 다양한 증상과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자궁 내막 쪽으로 자라는 '점막하 근종'은 과다 월경을 일으켜 심각한 빈혈을 초래할 수 있으며, 자궁 바깥쪽으로 자라는 '장막하 근종'은 주변 장기를 압박해 골반 통증이나 빈뇨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자궁 근육층 내에 위치하는 '근층내 근종'도 크기가 커지면 자궁 변형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자궁근종은 여성의 생식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정철 교수는 "자궁 내강을 변형시키는 점막하 근종은 임신율을 낮추고 유산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또한 임신 중 자궁근종이 있으면 조산, 태반 조기박리, 제왕절개 분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이라면 미리 자궁근종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자궁근종 발생의 주요 원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영향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호르몬 변화가 많은 가임기에 자궁근종이 성장하고, 폐경 이후에는 크기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그 외에도 빠른 초경, 비만, 인종적 요인(아시아인과 아프리카계 여성에서 발병률 높음), 가족력, 환경적 요인 등이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스트레스와 환경호르몬 노출도 자궁근종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어 현대 여성들의 생활 환경이 발병률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궁근종의 진단은 일차적으로 골반 진찰과 초음파 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초음파 검사는 비침습적이고 비용 효율적이어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검사법이다. 더 정밀한 평가가 필요한 경우 자궁경 검사, 생리식염수 주입 초음파, MRI 등이 활용된다. 드물게 자궁근종과 유사하게 보이는 자궁육종(악성 종양)을 감별하기 위해 조직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치료 방법은 환자의 나이, 증상의 심각도, 근종의 크기와 위치, 향후 임신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한다.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경우에는 정기적인 관찰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심한 출혈, 통증, 압박 증상이 있거나 불임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약물 치료로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s), 호르몬 요법, GnRH 작용제 등이 사용된다. 특히 GnRH 작용제는 일시적으로 인공 폐경 상태를 유도해 근종의 크기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지만, 장기간 사용 시 골다공증 위험이 있어 사용 기간에 제한이 있다. 최근에는 선택적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조절제나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 등 새로운 약물도 개발되고 있다.

 

수술적 치료로는 자궁근종만 제거하는 '근종절제술'과 자궁 전체를 제거하는 '자궁적출술'이 있다. 김정철 교수는 "최근에는 최소 침습적 수술 기법의 발전으로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을 통해 회복 기간을 단축하고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술 외에도 자궁동맥색전술, 고강도 집속 초음파(HIFU), 자기공명영상 유도 집속 초음파(MRgFUS) 등 비수술적 치료법도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어 환자의 상태와 선호도에 맞는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졌다.

 

자궁근종 예방을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과 적정 체중 유지는 에스트로겐 수치를 안정화시켜 자궁근종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또한 비타민D가 풍부한 식품 섭취나 적절한 일광 노출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녹색 채소와 과일이 풍부한 식단은 항산화 작용을 통해 세포 손상을 줄이고 염증을 감소시켜 자궁근종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미 자궁근종이 있는 환자라면, 철분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거나 필요시 철분 보충제를 통해 빈혈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을 통해 근종의 크기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다행히도 자궁근종이 자궁육종 등 악성 종양으로 진행할 가능성은 약 0.1% 미만으로 매우 낮다. 그러나 영상 검사만으로는 두 질환을 완벽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갑자기 크기가 빠르게 증가하거나 비정형적인 특징을 보이는 경우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김정철 교수는 "자궁근종은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이 어렵다"며 "특별한 이유 없이 생리량이 갑자기 많아지거나,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고, 골반 통증이나 압박감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산부인과를 방문하여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30대 이상 여성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은 산부인과 정기 검진을 통해 자궁근종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자궁근종은 비록 양성 종양이지만 여성의 삶의 질과 생식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환이다.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성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자궁근종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정기적인 검진 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