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설 日 번역가, 일본 최고 문학상 수상

사이토 마리코는 단순한 번역가를 넘어 시인으로서의 감성과 문학적 소양을 겸비한 인물로,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일본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이 작품은 출간 직후부터 일본 문학계와 독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으며, 한국 문학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일본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사이토 마리코가 한강의 작품 세계를 일본어로 옮기는 데 보여준 탁월한 번역 실력이다. 그는 '작별하지 않는다' 외에도 한강의 '흰', '희랍어 시간', '노랑무늬 영원',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 다수의 작품을 번역했다. 한강 특유의 서정적이고 시적인 문체, 그리고 삶과 죽음, 기억과 상실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문장들을 일본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원작의 정서와 의미를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일본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번역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이토 마리코의 한국 문학 번역 활동은 한강의 작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페미니즘 소설로 큰 반향을 일으킨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비롯해 정세랑, 김보영, 천명관 등 현대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 30여 종을 일본어로 번역했다. 이를 통해 한국 문학의 다양성과 현대성을 일본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요미우리문학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문화 부흥을 목적으로 1949년 요미우리 신문사가 제정한 상으로, 일본 문학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다. 소설, 희곡·시나리오, 수필·기행, 평론·전기, 하이쿠, 연구·번역 등 6개 부문에서 매년 수상자를 선정하며, 각 부문 수상자에게는 200만 엔(약 1,8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한국인 또는 한국 관련 인물이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에는 재일교포 2세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인 양영희가 희곡·시나리오 부문을 수상했으며, 1990년에는 한국현대시선을 번역한 이바라키 노리코가 연구·번역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한강의 작품을 번역한 사이토 마리코의 이번 수상은 한국 문학의 세계적 위상과 한일 문화 교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의미 있는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강을 비롯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일본에서 더욱 활발하게 소개되고, 양국 간 문학적 교류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속적인 지원과 우수한 번역가들의 노력이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이토 마리코는 수상 소감에서 "한국 문학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일본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양국 문학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한강 역시 축하 메시지를 통해 "사이토 마리코의 섬세한 번역 덕분에 작품이 일본 독자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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