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물병은 안녕하십니까?

 환경 보호를 위한 작은 실천으로 자리 잡은 휴대용 물병 사용. 하지만, 무심코 사용하던 물병이 당신의 건강을 위협하는 '세균 폭탄'이 될 수 있다.

 

매일 입에 닿는 물병, 과연 얼마나 깨끗할까? 미 퍼듀 대학 보건인문과학대학 칼 벤케 부교수는 물병 내부에서 느껴지는 미끌거리는 촉감의 정체가 단순한 물병 재질의 문제가 아닌, 오랜 시간 축적된 박테리아 덩어리, 즉 '생물막(biofilm)'이라고 경고했다. 이 끈적한 생물막은 세균들이 서로 뭉쳐 막을 형성한 것으로, 각종 유해 세균이 번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물병 속 박테리아는 어떻게 증식하는 걸까? 영국 레스터 대학교 임상 미생물학 전문가 프림로즈 프리스톤 부교수는 물을 물병에 담아 실온에 오래 보관할수록 박테리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특히, 물을 마시는 과정에서 입술과 손에 묻어 있던 미생물이 물병 안으로 유입되면서 박테리아 증식은 더욱 가속화된다.

 

싱가포르의 한 연구팀은 아침에 끓인 물을 물병에 담아 하루 종일 보관하면서 박테리아 증식 속도를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오전 중 1㎖당 약 7만 5000개였던 박테리아는 24시간 후 1㎖당 100~200만 개로, 최대 2500%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물병이 얼마나 많은 세균에 노출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만약 물 대신 다른 음료를 물병에 담아 마신다면? 박테리아 증식 위험은 상상 이상으로 커진다. 프리스톤 교수는 "설탕이 함유된 음료는 박테리아에게 풍부한 먹이를 제공하는 셈이며, 우유를 따를 때 남는 흰색 막 역시 박테리아가 좋아하는 영양분"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단백질 쉐이크는 박테리아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세균 배양소'나 다름없다. 프리스톤 교수는 "단백질 쉐이크를 넣었던 물병은 그야말로 '박테리아의 천국'"이라고 표현하며, 단백질 쉐이크를 담았던 물병은 즉시 세척하고, 가급적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물병 내부에서 증식하는 박테리아는 대부분 사람의 피부와 대장에 서식하는 종류로, 건강한 사람에게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거나 오히려 유익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면역 체계가 약화된 사람, 노약자, 어린이 등은 박테리아로 인한 감염에 취약하며, 장기적으로는 위장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물병 속 박테리아 증식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정기적이고 올바른 세척'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물로 헹구는 것만으로는 미끌거리는 박테리아 막(생물막)을 제거할 수 없으며, 오히려 세균이 다시 증식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을 제공하는 셈이다.

물병의 세척법은 140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헹군 후, 세제를 묻힌 솔로 구석구석 닦고, 다시 뜨거운 물로 헹궈 잔여물을 제거한 뒤 완전히 건조시킨다.

 

매일 세척이 어렵다면 최소 1주일에 여러 번은 위와 같이 세척해야 하며, 물병에서 냄새가 난다면 이미 박테리아가 과도하게 증식했다는 신호이므로 즉시 교체해야 한다. 또한 플라스틱보다는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물병이 화학 첨가제로부터 안전하고 세척도 용이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휴대용 물병 사용은 분명 환경을 위한 좋은 습관이지만, 올바른 세척과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지금 바로 당신의 물병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철저한 세척으로 건강과 환경을 모두 지켜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