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판 '곡성'… 저주받은 부자가 찾아왔다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대작 '우리 몫의 밤'이 독자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이 소설은 단순한 공포 문학을 넘어서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의 어두운 역사와 초자연적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작품이다.

 

이야기는 1980년대 아르헨티나의 후덥지근한 여름, 후안과 그의 여섯 살 아들 가스파르의 여정으로 시작된다. 최근 의문의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가스파르는 아직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더욱 불안한 것은 어린 가스파르가 보기 시작한 귀신들과, 그의 아버지 후안이 숨기고 있는 수많은 비밀들이다.

 

소설의 중심에는 '기사단'이라는 비밀 조직이 있다. 19세기 초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건너와 원주민 학살에 가담했던 이들은, 어둠의 신을 섬기며 부와 권력을 축적해왔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이들이 군부독재 시절의 실종자들을 자신들의 의식에 이용했다는 설정이다. "독재정권의 범죄는 기사단에게 완벽한 은폐물이었다. 시체와 알리바이, 그리고 공포라는 감정의 사슬을 무한히 공급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후안은 이 기사단의 '메디움'으로, 어둠의 힘을 소환하는 영매 역할을 한다. 그의 유일한 목표는 아들 가스파르가 자신과 같은 운명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너는 내 일부를 가졌어. 저주받은 일부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우리 몫의 밤이야."라는 그의 독백은 아들을 향한 절절한 사랑과 두려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소설이 단순한 공포물에 그치지 않고 불경한 유머와 관능성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단은 '이중 사슬'이라는 양성성을 중시하며, 이로 인해 후안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더욱 부각된다. "자연이 품은 위험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드러나는 일몰의 순간"같은 그의 존재는 성별을 초월한 매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작품은 현대 사회의 권력 구조와 초자연적 공포를 절묘하게 결합시키며, 독자들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특히 국가 폭력이 자행되는 상황에서 민속신앙과 무속에 의지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천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을 끝까지 사로잡는 강력한 서사는 현실의 공포가 때로는 초자연적 공포보다 더 끔찍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