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수가 찍은 '의대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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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육 현장의 붕괴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과대학 중 단 4곳(인제대, 서울대, 경북대, 차의과학대)만이 조기 개강을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정상적인 수업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인제대의 경우, 제적 위기에 처한 50여 명의 학생들 중 극소수만이 복학을 결정했다. 그마저도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복학생 명단이 공유되면서 일부는 복학 결정을 번복했다.
현장의 모습은 더욱 충격적이다. 30여 개의 소그룹 토의실 중 불이 켜진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환자 진찰 실습용 침대와 토론용 책상들은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복학한 소수의 학생들조차 인터뷰를 거부했는데, 이는 다수가 휴학 중인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기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를 반영한다.
3월 개강을 앞둔 33개 의대의 상황도 암울하다. 경상국립대는 이미 개강을 3월 4일로 연기했으며, 다른 대학들도 학생들의 복귀 의사가 없어 정상적인 수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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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 중인 의대생들의 속내도 복잡하다. 한 비수도권 사립대 의대생은 "휴학이 1년을 넘어갈 줄은 몰랐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른 서울대 의대생은 막막함을, 수도권 사립대 의대생은 긴 투쟁의 의미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들이 복귀를 망설이는 핵심적인 이유는 정부의 태도에 있다. 정부의 사과 부재와 함께,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한 의대생은 "과학의 영역을 정치로 풀려 한다"며 정부의 접근 방식을 비판했다.
교육부는 2월 초까지 마련하겠다던 2025학년도 의대 교육 대책도 아직 발표하지 못한 채, '복귀'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비수도권 의대 학장은 "교육부가 구체적 대안 없이 원칙만 강조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80년대 수준으로의 회귀를 막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교육 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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