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영부인'에서 '디지털 성범죄 파이터'로... 멜라니아의 변신

3일(현지 시간) CNN, 폭스뉴스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멜라니아 여사는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그것을 내려라'(Take it Down) 법안 관련 좌담회에 깜짝 등장해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베이지색 쓰리피스 정장에 검정색 넥타이를 매치한 세련된 차림으로 나타난 멜라니아 여사는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번 좌담회에서 지지를 호소한 '그것을 내려라' 법안은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초당적 법안이다. 이 법안은 피해자의 동의 없이 사적인 이미지를 온라인에 게시하는 행위를 연방 차원의 범죄로 규정하고,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피해자의 통지에 따라 해당 콘텐츠를 신속히 삭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이 법안은 상원을 통과한 상태로, 하원의 표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멜라니아 여사의 이번 행보는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그녀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 멜라니아 여사는 공식 행사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영부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녀의 주요 캠페인이었던 'Be Best'(최선이 되자)는 사이버 괴롭힘 방지와 아동 복지 증진에 초점을 맞췄지만, 당시에는 대중 앞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드물었다.
백악관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멜라니아 여사는 2기 행정부에서 온라인 안전, 특히 아동과 청소년 보호에 관한 이슈에 더 깊이 관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멜라니아 여사는 이번 임기 동안 디지털 시대의 아동 보호라는 주제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백악관 관계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밝혔다.
이날 좌담회에는 크루즈 상원의원과 클로버샤 상원의원 외에도 온라인 성범죄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 관련 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특히 딥페이크 포르노 피해를 겪은 10대 소녀의 어머니가 증언을 통해 "딸의 얼굴이 포르노 영상에 합성되어 학교 전체에 퍼졌고, 이로 인해 딸이 심각한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겪었다"고 토로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샀다.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온라인 성범죄는 정치적 이슈가 아닌 인간적 이슈"라며 "멜라니아 여사의 지지가 이 법안이 초당적 지지를 받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즈 상원의원 역시 "멜라니아 여사의 참여로 이 중요한 법안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디지털 인권 전문가인 사라 제인슨 교수는 "AI 기술의 발전으로 딥페이크 제작이 점점 쉬워지고 있어 법적 보호장치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특히 유명인이 아닌 일반 시민, 특히 청소년들이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법안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온라인 성범죄에 대응하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멜라니아 여사의 이번 공식 행보는 백악관 내에서 그녀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하지만, 그녀가 전통적인 영부인의 역할을 얼마나 수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트럼프 1기 시절 멜라니아 여사는 독립적인 행보를 보이며 때로는 남편의 정책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치 평론가 마이클 브라운은 "멜라니아 여사가 이번 임기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그녀가 선택한 첫 번째 공식 이슈가 온라인 성범죄 퇴치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정치적으로 논란이 적으면서도 많은 미국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멜라니아 여사의 이번 행보가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그녀가 영부인으로서 어떤 이슈에 더 목소리를 높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오랜 침묵을 깨고 공식 무대에 복귀한 멜라니아 여사가 이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위협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데 자신의 영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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